항목 ID | GC09300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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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契丹 二次 侵入 |
분야 | 역사/전통 시대 |
유형 | 사건/사건·사고와 사회 운동 |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
시대 | 고려/고려 |
집필자 | 허인욱 |
[정의]
1010년 거란의 2차로 침입하자 고려 왕 현종이 나주로 피난하는 과정에서 정읍을 지나간 사건.
[역사적 배경]
993년(성종 12) 거란의 1차 침입에서 고려는 거란이 요구한 송나라와의 관계 단절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이후 고려는 여전히 송나라와의 관계를 유지하였고, 이에 불만을 품은 거란의 성종(聖宗)은 1010년(현종 원년)에 강조(康兆)가 목종을 살해한 사건을 명분 삼아 고려를 침략하였다. 거란의 침입 동기는 고려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주원인으로 작용하였다. 993년(성종 12)의 협상을 통하여 고려와 거란은 상하 관계를 맺었으나, 고려의 태도는 거란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다. 거란 성종은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고려를 굴복시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거란은 ‘고려 복속’이라는 목표를 감추고, 표면적으로는 목종을 시해한 강조를 단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거란은 강조가 사로잡힌 뒤에는 고려가 송나라 또는 여진과 연계를 갖고 있는 것을 침입의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웠다.
[경과]
1010년에 고려에 침입한 거란은 993년보다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며 압박하였다. 거란의 성종이 스스로 고려를 공격하였는데, 고려를 굴복시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게 작용하였다. 거란 군주가 친정하는 것은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국가를 정복하거나 속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내포되어 있었다. 즉 고려에 대한 거란의 공격은 단순히 위협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거란과의 전쟁은 현종(顯宗)이 현재의 전라남도 나주시까지 피난을 가야 할 정도로 고려에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1011년(현종 2) 정월에는 거란군이 개경을 침입하여 태묘와 궁궐 등을 불태울 정도였다.
거란의 침입을 받은 현종은 1010년 12월 28일 몽진에 올랐으며, 1011년 1월 6일 현재의 충청남도 천안시에 이르렀고, 전공주도(全公州道)를 따라 1011년 1월 8일에는 현재의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삼례읍에 있었던 삼례역에 도착하였다. 전주목(全州牧) 관내의 16개 역과 청주목(淸州牧)의 주군(主郡)인 공주(公州) 관내의 5개 역을 관할하는 역로망인 전공주도에서는 고원(苽原)[현재의 정읍시 고부면], 신보(新保)[현재의 정읍시 태인면], 거산(居山)[현재의 정읍시 태인면], 천원(川原)[현재의 정읍시 입암면 천원리] 등이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에 속하였다.
고려는 현종이 거란 군주를 직접 찾아가 항복을 하는 친조를 거론하며 거란의 철수를 유도하였다. 거란의 입장에서는 눈이 많은 고려의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계속된 고려군의 반격으로 인한 위협이 증가하며 점점 전황이 불리하게 진행되어 갔다. 거란은 강조 징벌이라는 명목상 목적을 달성하였다는 점과 전쟁의 장기화로 현장에서 군량을 직접 조달하는 타초곡(打草穀)에 의지한 거란의 보급이 크게 악화되었고, 여러 전투에서 많은 전투력을 상실하였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퇴각을 선택하였다. 2차 전쟁은 1011년 1월 29일 압록강을 건너며 마무리되었다. 퇴각 과정에서 거란군은 고려의 공격을 받아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하였는데, 송나라의 기록에는 고려가 여진과 함께 거란군을 공격하여 다 죽였다고 서술이 되어 있다.
[결과]
친정의 실패로 권위에 타격을 받은 거란 성종은 현종의 친조를 요구하며 압박하였다. 친조는 유목 민족에게 완전한 복속을 뜻하는 것이었므로, 고려가 친조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외형적으로는 거란의 승리로 포장할 수 있고 이에 거란 성종 자신의 위상 강화에 큰 도움을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려는 현종의 신병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고, 거란은 이에 대응하여 흥화와 통주 등의 6성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고려가 거란의 요구를 거부함으로 인하여 더욱 권위에 상처를 입자 6성 지역을 탈취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후 고려와 거란의 충돌은 1018년(현종 9)의 귀주대첩에서 거란이 크게 패배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