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301168 |
---|---|
한자 | 歲時風俗 |
영어공식명칭 | Seasonal Custom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승연 |
[정의]
전북특별자치도 정읍 지역에서 가정 또는 마을 공동체가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반복하여 행하는 고유의 풍속.
[개설]
세시풍속은 예부터 한 해를 주기로 일정한 시기에 집단적이고 관습적으로 반복하는 풍속을 말한다. 우리 조상은 추위나 더위, 기후 변화, 농사일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자 절기를 사용하였는데, 절기를 기준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해당 절기에 맞는 독특한 의례와 놀이 등의 생활 풍속을 행하였다.
또한 세시풍속은 대체로 농경 문화를 반영하고 있어서 한 해 농사 주기와 관련이 깊다. 1년 열두 달은 24절기로 이루어져 있고, 절기마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연중행사가 반복되면서 세시풍속으로 정착하였다. 이처럼 세시풍속은 태양력을 바탕으로 하는 24절기와 밀접하지만, 설날이나 정월대보름, 추석처럼 음력 명절도 있으며, 오월 단오, 칠월 칠석, 중구절 등 음양론으로 영향을 받거나 사월 초파일 같은 불교문화의 영향도 복합되어 있다. 또한 생업 환경과 생활 양식에 따라서도 지역적 특성도 드러난다.
전북특별자치도 정읍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경 중심 지역이기에 농사의 풍흉을 점치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 관련 세시풍속이 다수이다. 정읍 지역의 세시풍속에는 궁극적으로는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는 제액초복(除厄招福)에 목적을 둔 공동체 의례, 가정 신앙, 각종 금기, 점복, 주술 등이 동반된다. 이제 정읍 지역에서 행하여지는 세시풍속에 대하여 살펴보자.
[봄의 세시풍속]
정읍 지역에서 한 해의 시작인 정월은 세시풍속이 집중적으로 행하여지는 달이다. 정초와 정월대보름에는 풍농 기원 의례와 놀이가 주로 행하여졌다.
옹동면 매정리 내동마을에는 정월 초닷새에 남녀 제웅 한 쌍과 오방기를 만들어 마을 남쪽 호숫가로 모셔다 합방을 시키고 마을로 돌아와 이튿날인 초엿샛날 마을의 모든 소를 몰고 나와 행진을 하고 큰당산제를 지내는 독특한 세시풍속이 전승되고 있다. 초엿샛날에 지내는 당산제 때 남녀 제웅을 마을 밖으로 내치는 ‘제웅치기’를 하는데, 제웅치기에는 모든 재액을 남녀 제웅에 실어 보냄으로써 한 해 동안 마을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동마을의 마을 당산제를 ‘내동마을 제웅 인형 소몰이 당산제’ 또는 ‘매정리 내동 당산제’라고 한다.
산외면 정량리 원정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줄다리기 줄을 꼬아 두었다가 정월 열엿샛날이 되면 남녀로 편을 나누어 줄다리기를 한다. 줄다리기 후에 주민들은 줄을 가지고 넓은 공터에서 큰 원을 그리며 감았다 푸는 진쌓기[진치기]를 놀이한다. 진쌓기를 세 번 정도 하고 나서 줄을 마을 앞 당산에 감아 두고 정량리 원정 당산제를 지낸다. 마을 당산제에 줄다리기가 수반되는 형태는 호남 지역 마을굿에서 두루 찾아볼 수 있다. 대개 마을 주민들이 줄다리기를 한 줄을 메고 마을을 한 바퀴 돈 다음, 마을 당산에 줄을 감은 채로 이듬해까지 두는데, 원정마을에는 진쌓기라는 대동놀이 형태로 전승되는 점이 독특하다.
정읍의 많은 마을에서는 정초에 당산제 외에도 차례지내기, 세배하기, 토정비결보기, 복조리 걸기, 뱀입춘 등의 세시풍속을 행하였다. 뱀입춘 때는 뱀의 침입을 막고자 사(蛇), 백사(白蛇), 청사(靑蛇) 등을 먹글씨로 써서 집 안 이곳저곳에 거꾸로 붙이는 ‘뱀뱅이’를 하였다. 또 정읍 일대에서는 뱀이 이삼만(李三晩)의 이름만 들어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서 ‘이삼만’이라는 이름 석 자도 뱀뱅이 부적에 썼다. 이삼만은 조선 후기 정읍 출신의 서예가인데 생전에 뱀을 몹시 싫어하여 눈에 띄는 뱀을 모조리 잡아 죽였다고 전하여진다.
입암면 연월리 반월마을에서는 정초에 깨끗한 날을 잡아 물이 맑은 곳에 가서 시루떡과 삼색과실을 차려 놓고 소지를 올려 유왕제[용왕제]를 지냈다. 한 해 운수를 보아 좋지 않게 나오면 마을 삼거리에 가서 액운이 떨어져 나가기를 비는 길상제 또는 질산제[거리제]를 지냈고, 각 가정에서는 길일인 생기복덕일을 따져 일 년 열두 달 집안이 신수대길하게 하여 달라고 상을 차려 놓고 비는 안택을 하였다.
영원면에서는 정월 열나흗날 종이로 조끼를 만들어 자정까지 입고 있다가 자정에 댓불을 피울 때 조끼를 벗어서 불에 태우는 풍습이 있었다. 댓불은 정월대보름 무렵에 마당에서 대나무를 잘라 불에 태움으로써 일부러 ‘펑’ 하는 큰 소리를 내어 귀신을 쫓는 세시풍속이다. 이렇게 하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속신이 있다. 신태인읍 육리에서도 대보름날 이른 새벽에 댓불피우기 풍속이 있었다. 육리에서는 불 주위를 빗자루로 쓸면서 “논에 가래 쓸자, 밭에 지심 쓸자”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정월대보름에는 풍농 기원 의례가 집중되며 각 가정에서는 오곡밥과 나물먹기, 부럼깨기, 귀밝이술마시기, 차례지내기, 더위팔기, 달점치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행하였다. 액운이나 잡귀를 떨어내는 행사로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는 노두놓기, 엄나무걸기 등도 이루어졌다.
이월 초하루 영등날에는 콩을 볶아 먹고, 2월에는 좀생이별을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좀생이별보기를 하였다. 양력으로 2월 4일 무렵인 입춘에는 입춘축붙이기, 보리뿌리점치기를 한다. 보리뿌리점치기는 보리뿌리를 뽑아 뿌리가 하나면 흉년, 두 개면 풍년이라고 예측하는 농사 점이다. 삼월 삼짇날에는 당산나무 잎이 피는 것을 보고 그해 풍흉을 점쳤다. 한식 또는 청명에는 묘를 이장하거나 손질을 하여도 탈이 없는 날이므로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 일을 한다.
[여름의 세시풍속]
4월 초파일에는 쌀, 초, 돈을 가지고 절에 가서 가족의 안녕을 비는 불공을 드렸다. 오월 단오에는 개떡을 만들어 먹고, 여자들은 그네 타고, 남자들은 씨름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단오에 마을에서 공동체 행사를 별도로 하지는 않더라도 각 집에서 성주밥을 하여 올리는 경우는 있었다. 신태인읍 육리에서는 단오에 띠의 어린 싹인 삘기를 쌀가루와 버무려 삘기떡을 하여 먹었다. 영원면 장재리에서는 단오에 부안군의 줄포, 곰소 등지로 모래찜을 하러 다녔고, 산에서 약초를 뜯어 와서 단옷날 약초말리기를 하였다.
유월 유둣날은 농사일을 하루 쉬고 술과 송편을 먹으며 마을 잔치를 벌였고, 집 안에다 성주상을 차려 놓는 집도 있었다. 칠월 칠석이나 백중에는 마을에서 돼지를 잡고 밀을 갈아 개떡을 만드는 등 음식을 만들어 마을 잔치를 벌였다. 세 번의 김매기를 끝내고 유월이나 칠월에 마지막 김매기인 ‘만도리’를 한다. 만도리 후에 농사 장원으로 일꾼을 뽑아 소에 태우고 풍물을 치면서 농부들이 마을로 들어오면, 부잣집에서는 닭죽을 끓이고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일꾼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하였다.
[가을의 세시풍속]
추석에는 제철보다 일찍 여문 올벼로 밥을 짓고, 모싯잎 송편을 쪄서 제사상에 올리고 차례를 지냈다. 가을에 추수한 햇곡식을 먹기 전에 차례를 지내 조상에게 먼저 대접하는 이 세시풍속을 올벼심리[올벼신미] 또는 올기심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묘를 다녀와서 윷놀이나 강강술래 등을 놀았다. 나락 추수가 늦어져 8월에 올벼심리를 하지 못한 집에서는 중양절에 올벼로 추석 차례상과 같이 방 윗목에 성주상을 차렸다. 중양절에는 제삿날을 모르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영원면 신영리 무릉마을에서는 자식 중에 귀동자(貴童子)에게 공을 들이면 좋다고 하여 중양절에 상을 차리고 공을 들이기도 하였다.
[겨울의 세시풍속]
10월에는 5대조 이상 조상 묘에 가서 시제를 지낸다. 시제 지내는 날짜는 집안마다 다르다. 요즘은 묘에서 지내지 않고 재각(齋閣)에서 한꺼번에 지내는 경우가 많다. 11월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동지가 음력 11월 10일이 채 못 되어 들었으면 ‘애동지’라고 하였다. 애동지 때는 팥죽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하여 시루떡을 만들어 먹었고, 중동지[음력 11월 10일에서 20일 사이에 드는 동지]나 노동지[동짓달의 그믐 무렵에 든 양력 동지]에는 팥죽을 끓여 먹었다. 팥죽을 먹기 전에 조상 선영과 장독대에 먼저 떠 놓는다. 그리고 액막이를 위하여 마당과 사방에 팥죽을 고루 뿌리는 ‘동지멕이’를 한다. 동지멕이는 잡귀 잡신이 말의 피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말 피와 비슷한 팥죽을 집 주변에 뿌려 잡귀 잡신을 막는 세시풍속이며, 오늘날에도 행하여지고 있다.
섣달그믐에는 집 안을 깨끗이 치우고 새해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방, 화장실, 외양간, 주방 등 온 집 안의 불을 밤새도록 밝혀 둔다. 자정이 되면 가족끼리 참여하여 조상에게 그믐차례를 지냈다. 섣달그믐에는 남에게 빌려 온 연장이나 돈 등은 돌려주고, 빌려준 것은 돌려받는다.
[연중]
윤달은 귀신이 없는 달이라 하여 무엇을 하여도 탈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윤달에는 보통 때 하기 어려운 산일이나 집수리를 하고, 윤달에 수의를 만들어 놓으면 오래 산다는 속신이 있어 수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식은 윤달에 하지 않는다. 정우면 대산리 유대마을에서는 윤달이 들어 있을 때 날을 하루 잡아 토성(土城) 터를 밟던 ‘메밟기’ 풍속이 있었다. 토성을 밟으면 노인들이 극락에 간다는 속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황]
정읍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경 지역이기에 농경 관련 풍속이 세시풍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화한 오늘날, 정읍 지역의 세시풍속은 설이나 추석과 같은 주요 명절을 제외하고는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는 현대사회의 삶의 방식에 맞게 변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