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30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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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口碑 傳承 |
이칭/별칭 | 구비 문학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영미 |
[정의]
전북특별자치도 정읍 지역에서 말과 기억에 의존하여 전하여 내려오는 민간 지식의 총칭.
[개설]
구비 전승은 말로 전승되는 문화를 가리키는데,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구비 문학이다. 구비 문학은 구연(口演) 방식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글로 표현되는 기록 문학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구연을 통하여 말로 전승된다는 것은 전하여 들은 내용을 기억하여 다시 말로 재연한다는 뜻이다. 결국 과거로부터 지속적으로 전승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야기나 노래만이 전승되는데, 이때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하여 들은 내용이 그대로 전승될 수가 없고 전승 과정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생긴다. 즉, 구연성으로 인하여 여러 이형이 생기게 된다.
구비 문학의 범위로는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속담과 수수께끼 등을 들 수 있다. 정읍 지역에서도 구비 문학의 다양한 갈래들이 전승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로 설화와 민요를 중심으로 조사·연구되었고 무가의 경우 일부 채록되어 전하고 있다. 설화의 경우, 정읍 지역에서는 신화에 속할 만한 내용이 없고 주로 전설과 민담 위주로 조사되었다. 판소리의 경우, 정읍 지역의 판소리 전통은 동편제(東便制)의 대가인 박만순(朴萬順)[1830~1898]으로 소급되며, 박만순의 소리는 전도성(全道成)[1864~?]에게 이어졌지만, 현재 전도성의 소리는 사실상 전승이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정읍 지역에서 속담·수수께끼 등은 거의 연구되고 있지 않다.
구비 문학은 절대 다수의 기층민들이 노동과 여가를 통하여 무의식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함께 참여하여 창조한 문학이다. 따라서 정읍 지역을 이해하려면 정읍 지역 문학의 원형이 되는 설화와 민요 등 구비 전승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정읍 지역민의 인생관, 가치관, 기호(嗜好), 도덕성 등 가장 원초적인 재료로 곰삭아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설화]
설화는 크게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되는데, 신화가 신성성을 상실하면 전설과 비슷하여지고, 전설이 증거물을 상실하면 민담과 비슷하여진다. 정읍 설화의 경우, 신화적 성격의 이야기는 거의 찾기 어렵고, 전설과 민담적 성격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특징적으로 암석 유래담 같은 지형지물 유래담이 많고 일부 인물담이나 명당 및 공동체 신앙 관련 이야기들이 전한다.
1. 암석 유래담
정읍 설화에는 지형지물 유래담이 절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읍 지역 마을 곳곳마다 있는 특별한 바위, 돌, 나무, 연못, 산 등 특이한 지형지물이 서사로 그려진다. 그중 암석 유래담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족두리 바위와 신부」, 「팽매바위와 치마바위」, 「소원돌」, 「치마바위 애화」, 「정해의 치마바위」, 「각시다리」, 「면목바위」, 「용과 말이 싸운 바위」, 「어머님 시비와 거북바위」, 「숫골의 장군바위」, 「구시바위」, 「칠성바위와 천하장사」, 「산신령이 보낸 포수바위」, 「할미바위와 물소리」 등이 있다. 설화에 나타난 바위들은 다른 바위와 구별되는 특별함이나 지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어떤 바위는 사랑의 상징이 되고, 어떤 바위는 마을의 수호신이며, 어떤 바위는 지역민의 한이 서린 바위이다.
2. 인물담
정읍 설화에는 인물담도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보통 인물담에는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인물들이나 효자, 열녀 등이 많다. 예컨대 「벽송대사」, 「유장춘과 조석교」, 「이삼만과 뱀」, 「일재 이항의 조화」, 「갈처사와 이서구」, 「녹두장군 전봉준」 등에 나타나는 벽송대사(碧松大師)[1464~1534], 유장춘(柳長春)[1585~1634], 이삼만(李三晩)[1770~1847], 이항(李恒)[1499~1576], 이서구(李書九)[1754~1825], 전봉준(全琫準)[1855~1895] 등은 역사적 인물들이다. 역사적 인물들이 정읍 지역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력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3. 명당 및 공동체 신앙 관련 이야기
정읍의 설화들 중에서 명당 이야기들이나 종교 관련 이야기들도 주목할 만하다. 정읍이 증산교(甑山敎), 원불교(圓佛敎), 보천교(普天敎) 등 다양한 종교가 발달한 지역이다 보니, 종교와 관련된 설화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강증산과 천지대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돌이나 바위에 신성한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당산을 섬기는 공동체 신앙을 확인할 수 있는 「당산나무의 꾸지람」, 「당산나무와 용」, 「옷 입은 당산석」, 「당산나무에서 나는 징소리」 등의 설화들도 있다. 한편 「사두혈과 내석동」, 「비봉산의 명당」, 「호랑이가 잡아 준 명당」 등 명당 이야기에서는 정읍 지역민들의 발복 기원은 물론 명당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음을 자부하는 지역민들의 긍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민요]
민요는 민간에서 구전되어 온 노래를 말하는데 정읍 지역 민요가 조사된 자료집으로는 『한국구비문학대계』, 『전북의 민요』, 『MBC한국민요대전』으로 대별된다. 정읍의 민요는 크게 노동요와 유희요 중심으로 불렸고, 의식요와 기타 민요들이 있다.
정읍 지역의 노동요는 논이나 밭에서 모심기나 밭맬 때 부르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고, 그 밖에 일상생활에서 물레를 돌리거나 베를 짤 때, 혹은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많다. 대표적으로 「모심기노래」, 「밭매는노래」, 「모노래」, 「논매기노래」, 「곰베곰베」, 「등짐노래」, 「물레노래」, 「베틀가」 등이 있다. 정읍 지역 민중들의 소박한 생활 속 애환이 잘 나타나 있다.
정읍 지역의 유희요로는 「가마타령」, 「각설이타령」, 「개미타령」, 「거미타령」, 「님타령」, 「댕기타령」, 「소타령」, 「이타령」, 「장타령」, 「줌치타령」, 「두껍이타령」 등의 타령가가 주를 이룬다. 그 밖에 「사랑가」, 「진주 난봉가」, 「투전풀이」, 「화투노래」, 「천자풀이」 등도 유희적으로 불렸다.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미, 거미, 소, 줌치, 두꺼비 등을 언어적 유희를 담아 타령가로 부르고, 「님타령」이나 「사랑가」는 ‘약을 써도 낫지 않는 사랑의 설렘’, ‘사랑의 기다림’, ‘사랑의 아픔’ 등을 노래하고 있다.
정읍에서 불린 의식요도 있다. 「상엿소리」, 「달거리요」, 「성주풀이」 등이 그것이다. 「상엿소리」는 대표적인 의식요인데, 이승에 남아 있는 여러 층위의 매듭을 풀고 산 사람을 위무하는 의례적 노래이다. 정읍의 「상엿소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달거리요」는 1년 열두 달의 순서에 따른 자연이나 생활상의 변화를 노래한 시가인데, 정읍 지역의 세시 풍속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노래이다. 기타 민요로 「참깨 들깨」, 「팔자타령」, 「땅개비」, 「중타령」, 「한탄가」, 「토끼타령」 등도 전하여진다.
[무가]
무가는 무당의 신에 대한 관념 및 우주관·영혼관·내세관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사고가 종합적으로 체계를 이루어 구송되는 사설이 긴 노래이다. 무가는 주로 세습무(世襲巫)가 굿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정읍 지역에서는 대표적으로 「해원풀이」, 「신귀녀 무가」, 「전금순 무가」 등이 전승되고 있다.
「해원풀이」는 1985년 4월 20일 태인면 태성리 향교에서 서보익[남, 76세]에게 채록한 본이다. 인간이 죽어 혼령이 명부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이승에서의 맺힌 한을 푸는 내용이다. 한이 맺힌 영혼이 죽어서도 인간세계에서 방황하게 되면 산 사람이 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죽은 혼령의 원을 풀어 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신귀녀 무가」는 당골네 신귀녀에게서 1996년 채록하였는데 신귀녀의 성주굿, 삼신석, 칠성풀이, 장자풀이, 손님석, 지신석, 제석굿, 오구무리, 조상굿[씻김], 고풀이, 뒤풀이 등의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금순 무가」는 정읍시 정우면 출신 전금순의 무가이다. 「전금순 무가」는 내림, 성주석, 칠성풀이, 조상석, 제석굿, 손님석, 장자풀이, 씻김굿, 중천맥이 순서로 진행된다. 「전금순 무가」는 무당굿의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어서 장단 이름도 ‘앉은반장단’이라는 명칭 외에는 모두 판소리 장단 명칭을 사용하여 ‘진양조장단’, ‘중모리장단’이라고 부른다.
전반적으로 무가의 주된 내용은 우주를 비롯하여 지상 만물의 근원과 생성 과정을 밝히고 인간의 출생에서부터 질병을 퇴치하고, 장수를 기원하며, 액을 물리치고, 복을 초치한다. 또한 내세에서의 영생 문제까지 신에게 기원하는 주술성 있는 사설로 되어 있다. 정읍 지역의 무가는 가락이 육자배기 토리로 경쾌하게 진행되어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