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300002 |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조성욱 |
[정의]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에서 섬진강의 물을 동진강으로 유역 변경하여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일.
[개설]
호남평야의 농업을 위하여 많은 농업용수가 필요하였으나, 호남평야를 흐르는 동진강의 수량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동진강의 부족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분수계를 넘어 동쪽의 섬진강에 운암댐과 섬진강댐을 건설함으로써 섬진강에서 동진강으로 유역을 변경하여 물을 공급하였다. 유역 변경한 물을 활용하여 고도차를 이용한 수력 발전과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여졌으며, 김제와 정읍의 호남평야 및 김제 광활 간척지와 부안 계화도 간척지의 농업용수 공급에 활용되었다.
[동진강의 이름과 발원지 논란]
동진강은 정읍 동쪽과 남쪽의 노령산맥에서 발원하여 서북쪽의 부안군 동진면을 지나 새만금 간척지 그리고 새만금 방조제의 가력도 배수갑문을 통하여 서해로 유입되는 51㎞의 하천이다. 동진강에는 원평천, 고부천, 정읍천, 태인천 등의 지류가 합류한다. ‘동진강(東津江)’이라는 하천명은 『동여도(東輿圖)』에 현재 하류인 부안군 동진면 부분에 ‘東津江(동진강)’으로 기록되어 있고, 1861년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같은 위치에 ‘東津(동진)’이라는 지명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부터 김제와 부안을 잇는 지금의 동진대교 부근에 ‘동진’이라는 나루터 취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부안군 동진면은 1914년 행정 구역 개편 당시 부안군 상동면, 일도면, 이도면을 통합하여 동진면(東津面)이라 하였다. 1914년 동진면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동진강’이라는 하천명이 존재한 것이다.
동진강의 발원지에 대하여 다양한 논란이 있는데,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는 정읍천의 발원지는 내장산, 태인천의 발원지는 상두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발원지는 5곳이다.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묵방산 남쪽 계곡 여우치마을의 빈시암, 정읍 내장산 까치봉 북동쪽 먹뱀이골의 까치샘, 정읍시 산외면 상두산,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 촛대봉 남동쪽 계곡, 정읍시 산외면 상두리 구장마을 국사봉계곡 등이다. 한국 하천정보관리시스템과 영산강 홍수 통제소에서는 동진강의 발원지를 정읍시 산외면 상두리 구장마을 국사봉계곡으로 지정하고, 하천의 길이는 51㎞, 유역 면적은 1,129.3㎞²로 제시하고 있다. 하천의 길이 측면에서 또 하나의 발원지로 거론되는 정읍 내장산 까치봉 북동쪽 까치샘에서부터의 길이도 51㎞이다. 발원지의 기준을 하천의 길이로 한다면 국사봉계곡과 까치샘 모두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량이나 이용 측면에서 태인천을 동진강의 본류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의 원인이 되었던 만석보가 태인천과 정읍천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점과 『증보문헌비고』에 정읍천의 발원지와 태인천의 발원지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보아서, 동진강의 모든 주요 지류인 태인천, 정읍천, 원평천, 고부천이 합류한 이후의 하류 부분을 동진강이라고 불렀지만, 상류는 각각의 하천명으로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동진강은 하천의 자연적 상태보다는 인간의 이용 측면에서 정의한 측면이 강하다. 일제 강점기에 호남평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섬진강 본류인 임실군 운암면에 1928년 운암제를 축조하였다. 1928년 759m의 분수계를 통과하는 지하의 도수로를 만들어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으로 끌어들여 동진강을 통하여 산외면, 칠보면, 태인면을 거쳐 태인면 낙양리에서 김제와 정읍 방면으로 농업용수로 분배하였다. 이후 1945년 칠보발전소를 만들면서 6.2㎞의 도수로를 건설하여 끌어들인 물을 이용하여 수력 발전 후 방류하여 농업용수로 이용하였고, 1965년 운암댐 하류에 섬진강댐을 만들면서 1969년 계화도 도수로를 완성하여 계화도 간척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산간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댐의 물을 막아 동진강으로 유역 변경하여 산외면 종산리로 섬진강의 수량이 유입되는 평사리천과 칠보면 시산리의 칠보수력발전소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동진강 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후 태인천을 중심으로 동진강이 농업용수 공급 하천으로 이용되었고, 태인천은 동진강의 본류로 인식되었다.
[동진강의 수계와 지류들]
동진강의 주요 지류는 북쪽에서 유입되는 용호천, 화호천, 원평천, 신평천 등이 있고, 남쪽에서 유입되는 지류는 평사리천, 칠보천, 정읍천, 고부천 등이 있다. 정읍시에는 동진강, 정읍천, 고부천 등 3개의 큰 지류가 북쪽으로 흘러 동진강으로 합류하고, 김제시에서는 두월천과 원평천, 신평천이 서진하여 하류에서 동진강과 합류한다. 김제시는 북부의 일부 지역은 만경강 수계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동진강 수계에 속한다.
정읍시의 동남부 지역은 노령산맥에 속하면서 산줄기의 흐름으로는 호남정맥에 해당하는데, 정읍 지역에서 호남정맥은 묵방산, 성옥산, 왕자산, 구절재, 굴재, 고당산, 개운치, 망대봉, 추령, 유군이재, 장군봉, 연자봉, 내장산, 까치봉, 백암산으로 이어진다. 즉, 정읍 지역은 동부의 국사봉, 묵방산, 백암산의 산줄기를 경계로 동쪽의 섬진강 수계와 서쪽 정읍 지역의 동진강 수계가 구분되며, 남쪽의 백암산, 방장산의 산줄기를 경계로 남쪽의 영산강 수계와 북쪽 정읍 지역의 동진강 수계로 구분된다.
묵방산 북쪽의 국사봉에서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맥은 국사봉에서 상두산, 천아산, 신태인 백산, 승방산, 신태인읍 명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김제와 정읍의 경계를 이룬다. 이렇게 이어진 산줄기를 경계로 북쪽은 원평천 수계가 되고, 남쪽은 동진강 수계 지역이 된다. 동진강은 김제와 정읍 지역 농업용수의 주 수원이다. 동진강 유역에는 중앙부에 편마상 화강암, 주변부에 대보 화강암이 분포하는데, 화강암 분포 지역은 풍화에 약하여 낮은 구릉을 이룬다.
[섬진강 물을 호남평야로 끌어오다]
동진강은 수운(水運)에 이용되기에는 수량이 적은 하천이었고, 신태인읍 부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감조하천이었기 때문에, 특히 하류 부분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하천이었다. 동진강과 같이 감조하천이었던 호남평야 북부의 만경강 역시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고산천 상류에 1923년 대아댐과 1937년 경천댐을 축조하여 만경강 상류에서는 자연 유하를 시킨 다음, 어우리보에서부터는 65㎞의 인공수로를 만들어 군산의 옥구저수지까지 연결하여 만경강 이북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였다.
만경강은 같은 수계인 상류의 고산천에 저수지를 축조하여 물을 확보하였지만, 동진강의 경우는 상류에서 물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정읍과 임실의 경계를 넘어 임실군 운암면을 흐르는 섬진강 본류의 물을 가두고, 이렇게 확보한 물을 유역 변경하여 서부 지역에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1928년 동진농업개량조합은 임실군 강진면 섬진강 유역의 고도 200m 지점에 운암제를 축조하고, 고도 50여m인 정읍시 산외면으로 유역 변경하여 동진강 유역의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옥정호는 섬진강의 물줄기를 막아 농업용수가 부족한 평야 지역인 서쪽의 김제와 정읍의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든 인공 호수이다. 고도가 높고 산간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을 막아 1928년 운암제를 만들었으며, 이렇게 형성한 옥정호의 물을 서쪽으로 유역 변경하면서 동진강과 섬진강의 분수계를 중심으로 고도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로써 운암수력발전소와 칠보수력발전소를 만들어 1차로 낙차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수력 발전을 마친 물은 동진강으로 흘려보내 정읍과 김제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1923~1925년의 김제 광활 간척 사업에도 활용되었다.
이후 1965년 운암제 하류에 섬진강 다목적댐을 신축하고, 더 많은 저수지의 물을 칠보수력발전소에서 이용한 뒤 동진강으로 유입시켜 부안 계화도 간척지의 농업용수로 이용하였다. 섬진강댐은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에 건설된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다. 1961년 8월 착공하여 1965년 12월 준공하였으며, 전기 생산, 홍수 조절,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이다.
[유역 변경한 물을 이용한 수력 발전과 농업용수 공급]
섬진강댐의 물은 산외면 종산리에 있는 1928년 건설된 759m의 팽나무정 터널과 1931년 준공한 운암수력발전소 가동을 위한 제2 도수터널을 통하여 산외면의 평사리천으로 유입되었다. 또한 1945년 건설된 칠보수력발전소가 있는 칠보면 시산리에서 수력 발전을 한 물이 유입되어, 섬진강의 물은 3개의 도수로를 통하여 동진강으로 유입된다. 칠보면 시산리는 산외면 팽나무정마을의 서쪽으로 직선거리 8㎞ 지점 하류에 있다.
운암수력발전소는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에 있었으며, 1931년부터 1985년까지 가동된 유역 변경식 발전소이다. 1929년 10월 설립된 남선전기주식회사에 의하여 1931년 시설 용량 5,120㎾로 2,560㎾ 2대가 준공되었으며, 설비의 노후화로 1985년 폐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력발전소였으며, 준공 이후 폐쇄할 때까지 총 54만 2000㎾의 전력을 생산하여, 호남 지역의 산업 생산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1945년 건설된 칠보수력발전소는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있는 유역 변경식 발전소이다. 1965년 섬진강댐이 완성되면서 설비 용량 1만 4400㎾의 제2호기를 증설하여 설비 용량이 2만 8800㎾로 증가하였다. 1985년에는 제3호기가 증설되어 설비 용량은 3만 4800㎾가 되었으며, 저수 용량 4억 3832만㎥, 유효낙차 151.7m를 이용하여 연간 1억 8000만㎾h의 전력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 현재 섬진강댐의 물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와 동진농조와의 계약으로 매년 4월 11일부터 9월 11까지 영농기에는 일정 수위 이상의 관개용수를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섬진강댐의 유역 변경으로 공급되는 수량은 동진강의 중류인 태인면 낙양리에 축조된 낙양보에서 3개 방향, 즉 동진강 본류, 북쪽으로는 김제 광활면으로 연결되는 김제간선, 정읍간선을 통하여 물을 공급한다. 그리고 칠보수력발전소에서 시작되는 동진강 수로는 부안의 계화도 간척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태인면 낙양리에서 매년 열리는 백파제는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낙양 취입보 수문을 열어 김제를 비롯하여 정읍, 부안 지역 일대 1만 4000여㎞의 거미줄처럼 연결된 용수로를 통하여 3만 3000여㏊의 농경지에 영농 급수함을 알리는 행사이다.
[호남평야의 농업을 가능하게 한 동진강]
동진강의 본류와 지류에서는 역사적으로 물을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 왔다. 원평천 하류에 벽골제, 고부천에 눌제가 이미 삼국 시대부터 축조되었다. 그리고 1893년 태인천과 정읍천이 만나는 지점인 동진강에 축조되었던 만석보는 고부군수 조병갑의 과도한 수세로 인하여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1920년대의 김제 광활 간척 사업, 1960년대 부안 계화도 간척 사업과 호남평야의 야산을 농지화한 야산 개발 사업도 동진강의 물과 양수시설 덕에 가능하였다.
호남평야는 농경지 면적에 비하여 주요 하천이었던 동진강의 수량이 부족하였다. 또한 호남평야를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는 감조하천이었기 때문에 하천 본류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공통점도 있다. 만경강은 삼례대교 부근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동진강은 신태인읍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따라서 수량 확보와 함께 하천의 본류가 아닌 인공 도수로를 통한 농업용수 공급이 필요하였다.
만경강 이북 지역에서는 만경강 상류에 전북농조 주도로 1923년 대아댐, 1937년 경천댐을 만들어 수원을 확보하고, 군산시 옥구면 옥구저수지까지 65㎞의 인공 도수로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였다. 동진강 유역에서는 동진농조를 중심으로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만들고 운암제 물을 동진강 유역으로 유역 변경하여 농업용수로 활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섬진강과 동진강의 분수계에서 고도 차이가 발생하였고, 1차로 고도차를 이용한 수력 발전과 수력 발전 후 농업용수로 활용하게 되었다. 운암제에서 동진강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하여 3개의 터널을 뚫었는데, 낙차를 이용한 수력 발전을 위하여 운암수력발전소와 칠보수력발전소를 건설하였으며, 1965년 운암제 하류에 섬진강댐을 추가로 건설하면서 물의 수량은 더 많아지고, 24m가 상승하여 유효낙차는 더 커졌다.
동진강 물을 이용하여 김제 광활 간척 사업과 부안 계화도 간척 사업을 완성시켰다. 광활 간척지는 태인면 낙양리 취수문에서 인공 도수로인 김제간선 26㎞를 연결하여 물을 공급하였으며, 계화도 간척지는 칠보수력발전소에서 계화도까지 67㎞의 동진강 도수로를 이용하여 물을 공급하였다.
이와 같이 동진강의 부족한 물을 섬진강댐 물을 유역 변경하여 확보하였으며, 확보한 물을 이용하여 2개의 수력발전소를 가동하였다. 수력발전소를 가동하여 얻은 물은 다시 정읍뿐만 아니라 김제와 부안의 대규모 간척 사업, 만경강 이남의 호남평야 그리고 새만금 간척 사업에까지 이용되었으며, 우리나라 농업용수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